178cm의 피지컬 케이시 유진 페어 엔젤 시티 FC
이번 포스팅에서는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현재이자 미래',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 축구 역사를 새로 쓴 케이시 유진 페어(Casey Yujin Phair) 선수에 대해 다뤄보겠다.
2023년 여름,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명단 발표 당시 축구계는 술렁였다. 쟁쟁한 언니들 사이로 2007년생, 만 16세의 앳된 소녀가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여자 A대표팀 역사상 최초의 '혼혈 선수'. 하지만 그녀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이것으로 부족하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잠재력으로 콜린 벨 전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제는 세계 최고의 무대인 미국 NWSL에서 성장하고 있는 케이시 유진 페어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 178cm의 피지컬 케이시 유진 페어 |
케이시 유진 페어의 등장
케이시 유진 페어의 이름이 전 세계에 각인된 순간은 단연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콜롬비아전이었다. 후반 33분, 교체 투입을 위해 그녀가 터치라인에 섰을 때 전 세계 중계진은 흥분했다.
그녀가 그라운드를 밟은 순간, 그녀의 나이는 16세 26일. 이는 남녀를 통틀어 월드컵 역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이었다. (이전 기록은 나이지리아 선수의 16세 34일). 단순히 한국 팀 내의 막내가 아니라, 전 세계 축구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운 것이다.
사실 월드컵 이전부터 그녀의 발탁은 파격 그 자체였다. 미국 내 유소년 시스템(PDA)에서 성장하며 엄청난 득점력을 과시하던 그녀를 대한축구협회가 발 빠르게 포섭했고, 소집 훈련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성인 국가대표 언니들을 위협할 정도였다. 혼혈 선수라는 편견, 너무 어리다는 우려를 오로지 실력으로 잠재우며 그녀는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독일전에서도 선발 출전하여 대등한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한국 여자축구의 새로운 희망을 보기에 충분했다.
178cm의 피지컬
괴물 유망주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하드웨어다. 178cm의 큰 키와 탄탄한 체격 조건은 기존 한국 여자 선수들에게서 쉽게 보기 힘든 장점이다.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과 몸을 부딪쳐도 쉽게 밀리지 않으며, 이 피지컬을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등을 지고 공을 지키는 플레이)에 능하다.
하지만 그녀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빠르다는 점이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달리는 스피드는 상대 수비수에게 엄청난 위압감을 준다. 전방 압박을 중요시하는 현대 축구 전술에 최적화된 자원으로, 상대 수비진을 끊임없이 괴롭히며 실수를 유발한다. 유소년 시절부터 검증된 골 결정력과 묵직한 슈팅 임팩트를 가지고 있다. 공을 잡으면 주저하지 않고 골대를 향해 직진하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아직 10대이기에 전술 이해도나 세밀함은 다듬어야 하지만, 이는 경험이 쌓이면 해결될 문제다. 피지컬과 스피드라는 타고난 재능은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녀의 가치는 더욱 높다.
엔젤 시티 FC에서의 도전
월드컵 이후 그녀의 행보는 더욱 파격적이었다. 보통의 경우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미국 유망주들의 경로와 달리, 그녀는 곧바로 프로 직행을 선언했다. 2024년 그녀는 세계 최고의 여자 축구 리그인 미국 NWSL의 엔젤 시티 FC(Angel City FC)에 입단했다.
엔젤 시티는 나탈리 포트만 등 유명 인사들이 구단주로 있고, 열정적인 팬덤을 보유한 인기 구단이다. 이곳에서 케이시 유진 페어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매일 훈련하며 경쟁하고 있다. 17세의 나이에 세계 최고 레벨의 리그에서 뛴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이자 도전이다.
물론 프로의 벽은 높기에 데뷔 시즌부터 주전으로 맹활약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교체 자원으로 꾸준히 그라운드를 밟으며 성인 무대의 템포와 피지컬 싸움에 적응해가고 있다. NWSL에서의 경험은 그녀를 단순한 유망주가 아닌, 완성형 스트라이커로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한국 여자축구의 보석, 케이시 유진 페어 선수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녀의 등장은 한국 여자축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소연, 조소현 등 '황금 세대'가 점차 물러나는 시점에서, 바통을 이어받을 확실한 차세대 에이스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로서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맹활약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의 변화하는 인식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다.
아직 그녀는 완성되지 않았다. 가끔은 투박하고, 경험 부족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녀가 아직 2007년생이라는 사실을. 10대의 나이에 월드컵을 경험하고 미국 프로 무대에서 뛰고 있는 그녀의 성장판은 여전히 열려 있다.
2026 아시안컵, 그리고 2027 여자 월드컵에서 케이시 유진 페어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튕겨내고 시원하게 골망을 가르는 '대한민국의 9번'을 기대하며, 그녀의 성장을 묵묵히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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